덜어낼 수록 브랜드는 더 선명해진다

결정해야할 것들은 ‘많다’, 그래서 머리 속이 ‘복잡하다.’

지금의 우리 삶의 환경과 상황을 대변하는 단어들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고객의 귀와 눈을 잡을 수 있는 브랜드의 태도는 무엇일까?

바로 진정성을 가진 단순함이 아닐까? 브랜드에 있어 진정성은 말 그대로 미사여구를 들이대지 않고 본질적으로 브랜드가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이론에 비추어 보면 가장 중요하며 1차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브랜딩의 미덕은 ‘차별화’이다. 남과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 이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으므로 마케터들의 도전이기도 하다.

다시, 현실의 환경과 상황으로 눈을 돌려보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 새로운 트렌드 용어들이 범람한다. 그 속에서 우리만의 차별점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때로는 기술의 선도성, 트렌드의 선점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은 변화하고 트렌드 역시 말 그대로 인스턴트 식품과도 같아 브랜드의 영속성이라는 근원적인 목표점과 상충된다.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 브랜드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은 본질과 단순함이라는 접점에서 만난다. 그 접점에 놓여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Betterment(베러먼트)

 최근 각광을 받는 핀테크 분야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선도 기업으로 우리나라 금융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Betterment(베러먼트)’

뉴욕시에 본사를 둔 이 온라인 투자 회사의 개인 금융 조언은 컴퓨터 알고리즘과 같은 원칙 기반의 로보 어드바이저 기술을 사용해 기존 금융기관이 높은 수수료(1% 이상)로 거액의 자산가에게만 제공해왔던 자산운용 서비스를 소액 자산에 대해서도 낮은 수수료(0.35%)로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명을 금융의 역할과 그것에 대해 고객들이 원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내세우고 있다. 바로 “더 나은 방법(Better Way)으로 더 나은 수익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Better Life)을 살도록 돕겠다는 것.” 하지만 많은 금융기업들이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그 점이기도 하다. Betterment는 이러한 기업의 소명을 사명에 그대로 담아 고객들에게 대담하면서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름에 걸 맞는 포퍼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Betterment는 설립된 지 10년만인 2018 년 3 월 현재, 135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전형적인 투자 보다 연간 2.66 %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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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히어)

 워크맨의 부활과 함께 음향 기기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Sony(소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헤드폰 브랜드, ‘H.ear(히어)’

디자인과 패션에 열광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예의를 뜻하는 소니 MDR(Music Deserves Respect) 정신을 계승하여 디자인에 소리를 양보하지 않기 위해 모든 요소를 압축해서 본질적인 요소만 남기고 하나의 컬러로만 마감을 함으로써 심플함을 추구했다고 한다. 그러한 기획 의도를 고스란히 담은 h.ear는 음악을 듣는 행위를 표현하는 ‘hear’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귀 ‘ear’를 단어를 녹여, 음악을 듣기 위한 귀라는 이어폰의 본질적 속성을 담백하게 담아낸 브랜드명이다. h.ear시리즈는 헤드폰 ‘h.ear on’, 이어폰 ‘h.ear in’과 ‘h.ear in NC(노이즈 캔슬링)’, 총 3종으로 구성되었으며 제품 라인명 역시 듣는다는 행위와 제품의 특성을 쉽게 풀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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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s(킵스)

다음으로 소개할 사례는 예로부터 남성들의 영원한 고민이자 환경오염으로 인해 증가하는 탈모 고민을 해결해주는 브랜드 ‘Keeps(킵스)’

Keeps는 탈모처방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서브크립션 서비스로 고객은 가입 후 단 30불을 지불하면 의사를 통해 처방을 받고 그 처방에 따라 FDA가 승인한 안전한 의약품을 약국의 반값으로 3개월마다 배송 받아 복용하면서 의사로 부터 포털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20대에 탈모를 경험하게 된 전직 Google 직원 두 명이 비슷한 운명에 직면한 다른 남성들을 돕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이 표방하는 미션은 미래의 탈모를 과거의 일로 만드는 것이다. Keeps라는 이름은 탈모 고민은 있지만 쉽게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남성들에게 가장 쉽고도 빠르게 탈모관리를 위한 동기 부여를 하는 키워드이다. 또한 이들은 대머리의 마술 치료법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탈모를 예방할 수 있고 일찍 행동을 취할수록 더 많은 머리카락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한 접근과 약간의 재치까지 담은 이 브랜드는 2011년 설립한 이후 760만불의 투자를 유치하며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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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Group(이지그룹)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례는 유럽 최대 기업 ‘easyGroup(이지그룹)’이다.

easyGroup은 1995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전화 및 온라인 예약서비스와 평균 3분의1 정도 싼 최저가 전략으로 저가항공 시장을 열은 easyJet(이지제트)를 시작으로 현재 호텔, 렌터카, 통신, 금융, 영화티켓 판매 등 20개 사업분야를 거느린 거대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놀랍고도 눈부신 성공의 핵심은 군더더기를 과감히 제거하여 최소의 가격으로 최대의 가치를 창조한다는 창립자의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easyGroup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스텔리오스(Sir Stelios Haji-Ioannou)는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은 바겐세일과 다르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지불하는 금액에 적절한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돈을 적게 들이고 좋은 물건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을 다르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이름이 바로 easy. 당시 보수적인 항공시장에서 강렬한 오렌지컬러(팬톤 021)을 사용하여 이름이 가진 보편성을 커버하고 젊고 활기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다만 너무나 흔하디 흔한 이 한 단어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easyGroup은 다양한 분야에서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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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사례들과 그들이 만든 결과만 놓고 보니 너무나 심심한 이름에 당연한 결과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브랜딩의 미덕은 바로 덜어냄이다. 지금의 기업 마케터들은 경쟁자들과 다른 무언가를 찾기에 골몰한다. 골몰하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보태고 싶어지고 머릿속은 여러가지 선택지가 부유하는 가운데 실타래처럼 복잡해지기만 한다. 그럴 수록 고객을 중심축으로 한 사고를 통해 더욱 과감하게 덜어내고 또 덜어내다 보면 본질에 가까워지고 우리가 고객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는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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