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보다 더 브랜드 같은’ 대형마트의 PB바람
"싼 맛에 한 번 사볼까?"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 등의 유통업체가 각 매장의 특성과 고객의 성향을 고려하여 독자적으로 만든 자체브랜드를 뜻하는 PB(Private Brand). 국내 대형마트에 PB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 이마트의 이플러스 우유였다. 당시 PB는 종류도 적고 싼 가격만을 강조하는 제품이 대부분이었고, ‘사려고 했던 과자 옆에 똑같이 생겼는데 양도 많고 값도 싼 과자가 있으니 한 번 사볼까?’ 하는 정도의 대체 상품이었다. 마트의 PB 상품을 사려고 쇼핑을 나서는 일은 극히 드물었으며, 그 포장하며 디자인하며, 심지어는 맛까지도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워보였다.
더 다양하게, 더 세련되게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의 판도는 바뀌었다. 식품과 생활용품은 물론 리빙, 의류, 가구, 유아용품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으며, 특유의 촌스러움을 벗고 여느 브랜드보다도 더 브랜드다운 옷을 입은PB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홈경기의 우위를 확보하다
자연스럽게 마트 내의 공간 또한 재구성 되었다. 진열대 한 켠 , 화려한 NB (National Brand) 제품들 옆에서 소심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과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트의 중심, 가장 눈에 잘 띄는 공간에 멀끔한 모습으로 고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로 이어지고, 그에 힘입은 PB상품들은 NB상품에 견줄만큼 나날이 더 발전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잘나간다 싶으면 베끼는 카피캣?
기획력으로 무장한 트렌드세터!
한 때 PB는 고민도 성의도 없이 값싼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카피캣에 불과하다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실제로도 한동안은 그 방식이 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싼 가격은 PB의 성공방정식이 아니다.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눈높이가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 PB역시 단순히 잘 나가는 NB 제품들을 벤치마킹하는 단계를 넘어서 그들만의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있다.
과거에는 대표격인 하나의 통합브랜드로 거의 모든 제품군을 포괄했다면, 최근에는 보다 세분화되고 정교한 아이덴티티를 갖춘 브랜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컨셉이 명확히 드러나면서도 기존의 촌스러움을 벗은 브랜드 네이밍이 그 흐름의 대표적인 예이다.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 롯데마트
롯데마트가 최근에 개발한 총 7개의 PB는 달라진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여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브랜딩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할만한 사례이다. 한 공간 안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대형마트 고유의 장점에 소비자와 사회의 트렌드를 잘 읽어 새로운 문화를 제안한다는 가치를 더한 것이다.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 (큐레이터: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수집 관리하는 전문가) 라는 컨셉하에 개발된 이 브랜드들은 기존의 롯데마트 PB는 물론 타 대형마트 브랜드들과도 확연히 선을 그으며 PB의 또 다른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PB계의 신흥 강자 소셜 커머스
당신의 일상을 탐사하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최근에는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의 소셜커머스 역시 생활용품 중심의 PB상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들은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하여 합리적인 가격의 품질 좋은 제품을 선보이는데, 이에 덧붙여 빠른배송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또한 모바일 기반이라는 특성을 십분 살려 습관적으로 핫딜을 찾아 들어오는 단골구매고객에게 자사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재구매를 유도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