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언어 그리고 브랜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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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위의 패키지에 적힌 글자를 보고 “네넴띤”이라 읽으면 인싸, “비빔면”이라 읽으면 아싸, #G를 보고 “시아버지”라 읽으면 인싸, “샵지”라 읽으면 아싸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이처럼 언어는 세대와 사회적 집단을 나누는 기준이자 그들이 속한 세대와 집단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 공감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하나의 열쇠이자 코드가 된다.

젊은 세대의 언어 유희와 변형된 사용은 어제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터넷 채팅 용어, 외계어 등 세대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세대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도구를 만들어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세대, 새로운 소비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Z세대는 어떤 언어를 만들어가고 사용하고 있을까?

텍스트 보다는 이미지, 영상으로 정보를 인지, 습득하고 더 나아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하는데 능통한 세대인 이들은 언어 역시 이미지로 인식하고 이것을 다시 해체 조합하거나, 더 나아가 이미 생성된 이미지를 합성 변형하여 상황과 기분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사용한다. 오랫동안 생명력을 이어오는 초성체는 물론 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꾸어 단어를 다르게 표기하는 야민정음, 자투리 이미지 파일을 유머코드로 사용하는 짤 등이 대표적인 Z세대의 언어이자 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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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글은 표음문자이지만 ‘낫 놓고 ㄱ자도 못 읽는다’는 속담처럼 젊은 세대는 한글을 이미지로 인식하고 영어, 한자 등의 문자와 재조합하여 새로운 언어 패턴을 만들어내는 야음정음을 통해 본 Z세대의 관찰력과 창의성은 네이밍을 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를 좌절시킬 만큼 놀랍기만 하다.

문자와 이미지를 가지고 노는 Z세대, 어려서부터 규범보다는 자율과 창의 그리고 상상력이라는 화두 하에 교육받고, SNS라는 채널로 소통하고 유튜브로 정보를 습득하며 유머와 재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언어 사용법일 지도 모른다.

최근 기업들은 이러한 젊은 세대의 언어와 화법을 소소한 제품의 네이밍 적용을 넘어 기업의 얼굴인 대표 브랜드의 브랜딩, 광고 프로모션에 이르기까지 마케팅 전반에 걸쳐 사용하면서 이들 세대의 공감을 사고 미래 소비자층으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잘된 사례와 그렇지 못한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브랜딩에 있어 어떠한 점을 유의해야할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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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SSG의 쓱 브랜딩은 젊은 세대의 언어습관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BGM이라는 영문 이니셜을 ‘브금’으로 읽는 것에 착안, 읽기 어렵고 재미도 없는 브랜딩으로 인지도 제고에 고민하던 SSG닷컴은 ‘쓱’ 마케팅을 통해 쓱언어를 낳으며 온라인 몰 인지도는 90% 신장, 매출은 30%나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같은 유통플랫폼인 위메프의 ‘읶메뜨’ 프로모션은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다.  

SSG와 위메프의 이러한 브랜딩 전략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새로운 가치와 메시지 만들기와 단순 복제의 차이가 아닐까? SSG는 젊은층의 영어 발음 습관을 활용해 SSG라는 재미없는 무색무취의 이름에 ‘쓱’이라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기본 지향 가치인 편의와 신속성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라는 두가지 토끼를 잡았다.  뒤이은 쓱 광고가 좋은 반응을 얻자 모든 자음을 ‘ㅅㅅㄱ’ 순으로 바꿔 끼워넣어 ‘신선한데’는 ‘식석갓세’로, ‘믿음이 확 가네’는 ‘싯슷기 솩 가세’등로 표현한 광고마케팅을 통해 신선하고 새롭다는 브랜드 이미지까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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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위메프의 경우 야민정음을 활용한 읶메뜨 시리즈로 무차별적으로 할인프로모션에 노출함으로써 ‘젊은층의 언어 유행에 무임승차한다’, ‘과한 노출로 피로감과 식상함을 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케팅 초기에는 마케팅의 도구로서 새롭고 기발하다는 인상을 줄 수는 있지만 브랜드에 어떠한 가치도 담지 못한 채 단순히 제한된 고객층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중장년층 고객층은 물론 젊은 고객층에게까지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말 그대로 과유불급,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마케팅의 일례이다.  

Z세대를 대하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루함이다. 반복되는 언어구사만으로는 그들을 계속 잡아놓을 수 없다.  이제 기업들은 재미없는 것은 참지 못하고 진짜와 가짜를 바로 알아보는 Z세대를 유혹하고 잡아두기 위해서는 그들 보다 한수 위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맹목적인 재미라는 포인트를 넘어 브랜드가 획득하고자 하는 목표 이미지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Z세대 그들의 언어로 변주하며 반짝이는 위트로 포장해내는 고도의 계산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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